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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과 사회

'시댁'은 있는데 '처댁'은 없는 이유

2026년 설을 앞두고 명절 호칭을 둘러싼 온라인 커뮤니티 사연들을 모아 쓴 기사에 이런 이야기가 실렸어요. 결혼 3년차 며느리인 글쓴이는 최근 결혼한 시동생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라는 말을 들었는데, "서방님"은 원래 아내가 자기 남편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도 해요. 그러니 시동생에게도 같은 말을 쓰면 한집에 "서방님"이 둘 생기는 셈이라, "서방님이 두 명이냐"고 반문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남편 쪽 형제자매 호칭이 복잡하게 갈리는 건, 사실 시댁이라는 집 자체를 부르는 말이나 시아버지·시어머니라는 부모님 호칭에도 똑같이 있는 더 큰 비대칭의 한 조각일 뿐이에요. 오늘은 그 비대칭을 처가 쪽과 나란히 놓고 짚어볼게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집 자체를 부르는 말이에요. 아내는 남편의 집을 높임 접미사 "댁"이 붙은 시댁이라고 부르는데, 남편은 아내의 집을 평칭 접미사 "가(家)"가 붙은 처가라고 불러요. 그럼 이 구조를 거꾸로 "처댁"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실제로 이런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댁"은 원래 상대를 높일 때 붙이는 접미사라서, 애초에 남편 쪽 집에만 붙고 아내 쪽 집에는 붙지 않는 구조로 자리 잡은 거예요.

부모님을 부르는 말에서도 같은 결이 보여요. 남편의 부모님은 시아버지·시어머니라고 부르는데, 이 말에는 "아버지"·"어머니"라는 글자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반대로 아내의 부모님을 가리키는 장인·장모는 원래 "어른", "어른 여자"라는 뜻에 그치는 말이에요. 재미있는 건 촌수로는 둘 다 "배우자의 1촌"으로 완전히 같은 인척이라는 점이에요 — 법적 거리는 똑같은데, 말에 담긴 무게만 다르게 갈린 거예요. 며느리는 결혼과 함께 시가의 "부모"로 편입되고 사위는 처가의 "어른" 정도로만 대우받는다는 분석도 있는데, 건국대 이인숙 여성학 교수는 이런 호칭의 성차별적 요소가 부계혈통 사회에서 비롯된, 고쳐져야 할 잔재라고 설명해요.

시가 쪽 호칭을 더 들여다보면 처가에는 없는 세분화 기준이 하나 더 있어요. 남편의 남동생은 결혼 여부에 따라 호칭이 갈려요 — 미혼이면 도련님, 기혼이면 서방님이에요. 반면 아내의 남자 형제인 처남은 결혼했든 안 했든 호칭이 바뀌지 않아요. (처남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라고 부르는 규칙은 "내 나이"를 기준으로 갈리는 전혀 다른 축이에요 — 오늘 말하는 건 "결혼 여부"라는 기준이에요.) 그러니까 시가 쪽엔 처가보다 호칭을 가르는 축이 한 단계 더 있는 셈이에요. 2026년 설에 "서방님이 두 명이냐"는 반문이 나온 것도, 시동생이 이 축을 넘어 서방님이 되면서 원래 남편을 가리키던 말과 겹쳐버렸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비대칭이 생긴 배경에는 며느리가 결혼과 함께 남편 집안에 깍듯이 예를 갖춰야 했던 전통이 있어요. 실제로 남편은 처남·처제에게 반말이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은 반면, 며느리는 나이 어린 시동생에게도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점이 요즘도 종종 불만으로 꼽혀요. "아가씨"·"도련님" 같은 말이 과거 종을 높여 부르던 호칭에서 왔다는 설명도 가끔 소개되는데, 이건 확정된 학설이라기보다 "그런 설이 있다" 정도로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맞아요.

이게 단순히 느낌 탓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숫자도 있어요.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이 함께 진행한 "국민생각함" 설문(8,254건 의견)에서 도련님·서방님·아가씨 같은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여성 93.6%, 남성도 56.8%에 달했어요. 성별을 가리지 않고 과반 이상이 동의하는 변화라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시댁"·"장인"·"도련님" 같은 말을 당장 다 바꿔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래 써온 말에는 정이 담겨 있기도 하니까요. 다만 이 비대칭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 알고 나면, 우리 가족은 어떤 호칭이 서로 편안할지 한 번쯤 이야기 나눠볼 만한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시댁과 처가, 이 말 자체의 격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내는 남편의 집을 높임 접미사 "댁"이 붙은 시댁이라고 부르지만, 남편은 아내의 집을 평칭 접미사 "가(家)"가 붙은 처가라고 불러요. "처댁"이라는 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시아버지·시어머니와 장인·장모는 촌수가 같은데 왜 다르게 느껴지나요?

둘 다 "배우자의 1촌" 인척으로 촌수는 완전히 같아요. 다만 시아버지·시어머니에는 "아버지"·"어머니"라는 글자가 그대로 들어가는 반면, 장인·장모는 원래 "어른"이라는 뜻에 그치는 말이라 담긴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시가 쪽 호칭에만 결혼 여부로 갈리는 경우가 있나요?

네. 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이면 도련님, 기혼이면 서방님으로 갈려요. 반면 아내의 남자 형제인 처남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호칭이 바뀌지 않아요 — 처가 쪽에는 없는, 시가만의 세분화 기준이에요.

이런 호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실제로 많나요?

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국립국어원의 "국민생각함" 설문에서 도련님·서방님·아가씨 같은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여성 93.6%, 남성 56.8%였어요. 성별과 상관없이 다수가 동의하는 변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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