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증명서를 떼거나 상속·증여세 서류를 작성하다 보면 직계존속, 직계비속, 방계혈족이라는 말을 자주 마주쳐요. 정작 정확한 뜻을 물어보면 선뜻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세 단어 모두 민법이 정해둔 용어라, 감이나 짐작이 아니라 조문을 한 번 짚어보면 생각보다 단순하게 정리돼요.
기준이 되는 조항은 민법 제768조예요.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이라 하고 자기의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을 방계혈족이라 한다"고 정해두고 있어요. 여기서 직계존속은 나를 기준으로 위 세대, 즉 아버지·어머니, 할아버지·할머니(외가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 그리고 그 위의 증조할아버지·고조할아버지까지 쭉 이어져요. 직계비속은 반대로 아래 세대예요 — 아들·딸, 손자·손녀, 그리고 증손자녀·고손자녀까지 내려가요. 위아래 방향만 다를 뿐 나를 중심에 두고 대칭을 이루는 구조라고 보면 이해가 쉬워요. K-가계도 갤러리에 올라와 있는 전통종가 5대 가계도를 보면, 고조할아버지부터 나까지 다섯 세대가 이 직계혈족 한 줄로 곧게 이어지는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어요.
방계혈족은 이 곧은 줄에서 옆으로 갈라져 나온 관계예요. 768조를 그대로 풀어보면 네 갈래로 나뉘어요. 첫째는 형제자매 본인, 둘째는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인 조카, 셋째는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 아버지의 형제인 큰아버지·작은아버지, 아버지의 여자 형제인 고모, 어머니의 형제자매인 외삼촌·이모 — 이고, 넷째는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인 사촌·고종사촌·외종사촌·이종사촌이에요. LG가나 삼성가처럼 형제의 자녀 대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사례들도 결국 이 방계혈족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기는 지점이 있어요.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고모부, 이모부, 외숙모는 언뜻 방계혈족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혈족이 아니라 인척이에요. 민법 제769조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큰어머니는 큰아버지(혈족)의 배우자, 고모부는 고모(혈족)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딱 이 정의에 들어맞아요. 이 구분이 실제로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앞서 다룬 법정상속 4순위는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만 해당돼서 큰아버지·작은아버지·고모(3촌), 조카(3촌), 사촌(4촌)은 상속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배우자인 큰어머니·작은어머니·고모부·이모부·외숙모는 혈족이 아닌 인척이라 애초에 이 4순위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요.
이렇게 정리해도 또 하나 짚어볼 지점이 남아 있어요. 같은 "방계혈족"을 놓고 법이 상황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에요. 768조가 말하는 방계혈족 자체에는 촌수 상한이 없어요 — 아무리 멀어도 방계혈족은 방계혈족이에요. 하지만 민법 제777조는 법이 친족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로 정해두고 있고, 앞서 살펴본 민법 제1000조 법정상속 4순위는 이보다 더 좁혀서 4촌까지만 인정해요. 정리하면 방계혈족(768조)은 무제한, 친족 인정(777조)은 8촌까지, 상속(1000조)은 4촌까지로 기준 자체가 세 겹으로 다르다는 걸 기억해두면 좋아요. 촌수를 세는 원리 자체는 민법 제770조에 정해져 있는데, 직계혈족은 세대수 그대로, 방계혈족은 공통 조상까지의 세대수를 더해서 계산해요 — 걸음 수로 촌수를 세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에서 원리부터 확인해보세요.
결국 직계존속·직계비속·방계혈족·인척이라는 네 단어는 순서대로 "나보다 위인지 아래인지", "옆으로 갈라졌는지", "핏줄이 아니라 결혼으로 이어졌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이에요. 서류에서 이 단어를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우리 가족 중 누가 직계이고 누가 방계인지, 또 누가 혈족이고 누가 인척인지 한 번쯤 가계도로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