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가족이니까 봐달라"는 말이 지금도 법적으로 통할까요?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어요. 사돈 사이에 벌어진 사기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사돈을 "2촌 인척"으로 보고 친족 간 범죄를 봐주는 특례(친족상도례)를 적용했어요. 그런데 대법원 2011도2170 판결은 이 판단을 뒤집었어요 — 사돈은 민법상 친족이 아니라서, 애초에 이 특례를 적용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여기서 먼저 구분해둘 게 있어요. 결혼하기 전에 "8촌 이내 혈족과는 혼인할 수 없다"는 근친혼 기준은 이번 글의 주제가 아니에요. 사돈은 이미 결혼이 성립된 뒤에, 자녀의 배우자 쪽 부모와 생기는 관계거든요. 사돈이 혈족도 인척도 아닌 "해당 없음"이라는 정의 자체는 앞선 글(며느리는 나와 몇 촌일까? 혈족과 인척의 차이)에서 민법 제769조 조문까지 자세히 다뤘으니 여기서는 짧게만 다시 짚고, 이 정의가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집중해볼게요. 참고로 "사돈의 8촌"이라는 말은 이 사돈 관계가 넓게 확장된 먼 친척을 가리키는 관용구일 뿐, 법적으로 쓰이는 표현은 아니에요.
법적으로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는 게 실제로 어떤 효과로 나타날까요? 첫 번째는 부양의무예요. 민법 제974조는 부양할 의무가 있는 대상을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그리고 생계를 같이하는 그 밖의 친족으로 한정해두었어요. 사돈은 친족 자체가 아니다 보니 이 조문이 말하는 "그 밖의 친족"에도 포함되지 않아서, 애초에 부양의무를 따질 대상에서 빠져요. 사돈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해도, 법이 나서서 부양을 강제할 근거 자체가 없는 거예요.
두 번째는 재산범죄를 둘러싼 처리 방식이에요. 여기서 최근 법이 바뀌었다는 점을 짚어야 해요. 2024년 6월,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1항 — 가까운 친족 간 재산범죄는 형을 아예 면제해주던 조항 — 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어요. 반면 같은 날 2항, 즉 먼 친족 간 재산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다는 조항은 합헌으로 유지됐어요. 이후 2025년 12월, 국회는 1항의 "형 면제"를 완전히 삭제하고, 촌수와 상관없이 친족 간 재산범죄는 전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로 통일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어요. 현재 형법 제328조 1항은 "제323조의 죄를 지은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요.
이 개정 덕분에, 사돈이 민법상 친족이 아니라는 2011도2170 판결의 포인트가 오히려 더 선명해졌어요. 사기나 횡령 같은 재산범죄를 저지른 상대가 진짜 친족(혈족이나 인척)이라면,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공소를 제기(기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돈은 친족이 아니라서 이 "고소가 있어야 한다"는 특례 자체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아요. 그래서 사돈을 상대로 한 사기·횡령은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곧바로 기소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결국 사돈은 "가족이라 봐주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 장치 없이 곧바로 법 앞에 서는 쪽이라는 뜻이에요.
세 번째는 조금 역설적인 지점이에요. 민법 제775조에 따르면, 인척 관계는 이혼하거나 혼인이 취소되면 그 순간 사라져요. 그래서 자녀가 이혼하면 며느리나 사위를 통해 이어졌던 인척 관계도 함께 끊어지는 게 원칙이에요. 그런데 사돈은 처음부터 인척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혼하면 관계가 소멸된다"는 이 조문이 적용될 대상 자체가 없어요. 사라질 관계가 원래 없었으니, 사돈은 자녀의 결혼이 유지되는 동안만 성립하는 사회적 호칭일 뿐, 법이 그 시작과 끝을 따로 정해주지 않는 관계인 거예요.
정리해보면 사돈은 법적으로 혈족도 인척도 아니라서 부양의무도 없고, 이혼으로 소멸될 인척 관계도 처음부터 없어요. 다만 재산범죄에서는 오히려 "고소 없이도 기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짜 친족보다 느슨하게 보호받는 쪽이에요. 며느리·사위·장인처럼 혼인으로 생기는 다른 인척 관계와 사돈이 어떻게 다른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글에서 확인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