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부를 때, 아내 쪽과 남편 쪽이 쓰는 호칭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걸 눈치채신 적 있나요? 아내는 남편의 형제자매에게 아가씨, 도련님, 서방님, 아주버님처럼 높임 표현을 쓰는데, 남편은 아내의 형제자매에게 처남, 처제, 처형처럼 상대적으로 편한 호칭을 써요. 같은 "배우자의 형제"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먼저 아내가 쓰는 쪽을 보면, 아가씨는 남편의 여동생, 도련님은 남편의 남동생, 서방님은 남편 여동생의 남편, 아주버님은 남편의 형(또는 남편 누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이에요. 넷 다 "님"이 붙거나 격식을 갖춘 표현이고, 남편을 기준으로 손위인지 손아래인지에 따라 갈라져요.
반면 남편이 쓰는 쪽은 처남(아내의 남자 형제), 처형(아내의 언니), 처제(아내의 여동생) 세 가지예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차이가 하나 있어요. 아내 쪽 호칭은 "남편 기준"으로 손위·손아래를 가르는데, 처남만큼은 기준이 달라요 — 아내의 오빠라도 나(남편)보다 나이가 어리면 그냥 처남이라 부르고, 나보다 많으면 형님이라고 불러요. 즉 아내가 아니라 "나 자신"의 나이와 비교하는 유일한 경우예요.
이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며느리가 시가 어른들에게 깍듯이 예를 갖춰야 한다는 문화가 호칭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거예요. 반면 사위는 처가 식구들에게 상대적으로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있었던 거죠. 실제로 이 비대칭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라, 국립국어원이 2020년에 성차별적 호칭을 다룬 안내서를 펴내면서 대안을 제안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안된 대안 중 하나가 서로 '이름 + 씨'로 부르는 방식이었어요. 나이나 항렬을 따지지 않고 "민수 씨", "지현 씨"처럼 이름으로 부르면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대등해지니까요. 실제로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이나, 아예 형님·언니처럼 성별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호칭을 골라 쓰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물론 오랫동안 써온 호칭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아가씨나 도련님이라는 말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익숙해서 그대로 쓰는 사람도 있어요. 정답을 정해두기보다는, 이런 비대칭이 왜 생겼는지 알고 나서 우리 가족은 어떤 호칭이 편할지 한 번쯤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