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집들이 하나둘 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차례상 앞에 온 가족이 모이면 "저는 언제 절해야 하나요?" 하고 순서를 두고 잠깐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아요. 나이 많은 조카가 먼저 나서려다가 어른이 "항렬이 있는데"라며 순서를 바로잡아주는 장면, 한 번쯤 본 적 있을 거예요. 사실 이 순서는 그때그때 정해지는 게 아니라, 항렬과 촌수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요.
먼저 두 개념부터 구분해볼게요. 항렬은 차례상에 모시는 조상 — 흔히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 을 기준점으로 놓고, 그로부터 몇 대를 내려왔는지를 나타내는 세대 구분이에요. 나와 아버지는 항렬이 다르고, 나와 사촌은 항렬이 같아요. 반면 촌수는 나와 그 사람 사이를 몇 걸음 만에 이을 수 있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거예요. 큰아버지·작은아버지·고모는 3촌, 사촌은 4촌이죠. 얼핏 촌수가 순서를 정할 것 같지만, 차례상 앞에서는 촌수보다 항렬이 먼저예요.
절하는 순서는 항렬이 높은 사람부터, 그다음 낮은 항렬로 내려가는 게 기본이에요. 아버지와 같은 항렬인 큰아버지·작은아버지·고모가 먼저 절하고, 그다음 나와 같은 항렬인 사촌들이, 마지막으로 한 세대 아래인 조카들이 절해요. 이 순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정해져요 — 막내 작은아버지가 조카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항렬이 위이기 때문에 조카보다 먼저 절하는 게 원칙이에요.
같은 항렬 안에서 순서를 가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이가 기준이 돼요.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둘 다 아버지와 같은 항렬이지만, 형인 큰아버지가 동생인 작은아버지보다 먼저 절해요. 사촌들끼리도 마찬가지로, 같은 항렬 안에서는 나이 많은 쪽이 먼저예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어요. 작은아버지도 3촌이고 조카도 3촌이에요 — 촌수 숫자만 보면 둘 다 나와 같은 거리처럼 보이지만, 절하는 순서는 정반대예요. 작은아버지는 나보다 한 세대 위 항렬이라 먼저 절하고, 조카는 한 세대 아래 항렬이라 나중에 절해요. 촌수 숫자만으로는 순서를 알 수 없고, 그 촌수가 위쪽으로 몇 걸음인지 아래쪽으로 몇 걸음인지까지 함께 봐야 순서가 정해지는 거예요.
물론 요즘은 온 가족이 한꺼번에 절하는 집도 많고, 지역이나 집안마다 순서를 조금씩 다르게 지키기도 해요. 정답을 하나로 못 박기보다는, 항렬 먼저 나이 나중이라는 기본 골격만 기억해두면 어느 집에 가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어요.
특히 사촌이 많거나 집안 항렬 구조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우라면, 가계도를 그려서 누가 몇 항렬이고 나와 촌수가 몇인지 미리 한눈에 정리해두면 명절 당일 훨씬 여유로워져요.
